민족고유의 명절인 추석이 성큼 다가왔다. 
 추석은 한해 농사를 끝내고 오곡을 수확하는 시기이므로 명절 중에서 가장 풍성한 때다.
 폭염과 가뭄으로 이어졌지만 올해도 대풍을 기대하고 있다. 추석날 아침에는 차례를 지내고 성묘를 가서 장맛비에 무너진 무덤 보수와 벌초를 한다. 조상에 바치는 제물은 햇곡으로 준비하여 선보이며 1년 농사의 고마움을 전한다.
 또한 가족과 친지들이 만나 친목을 도모하고, 고향의 이웃들과 어울려 정을 쌓기도 한다. 어린 자식을 둔 가정의 부모는 달의 명절로 일컬어지는 추석에는 풍요를 기리는 각종 세시풍속을 배우고 조상에게 예를 갖추는 성묘와 차례는 아이들에게도 특별한 체험이다. 성묘는 조상의 무덤을 찾아가 돌보는 일로 추석에는 햇과일과 곡식을 조상께 바치는 의미를 가진다.
 곡식이 무르익는 추석은 명절 중에서도 상차림이 가장 풍성하다. 최근에는 세시 놀이가 많이 없어져 직접 체험할 기회가 적지만, 집에 있는 신문지 등을 이용해 윷놀이나 제기차기, 딱지치기, 구슬치기 등 간단한 전통놀이를 즐기면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날씨만 좋다면 아이와 함께 달이 잘 보이는 곳으로 올라가 보름달을 구경해보자. 밝은 보름달 아래서 소원도 빌어보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색다른 경험이 된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연휴가 되면 해외여행을 떠나는 것이 당연한 일처럼 되어 버렸다. 나이 드신 어르신들은 추석연휴는 당초 가족과 친지 등을 만나 덕담도 나누고 한 해 동안 수확의 기쁨을 함께하는 시간이지만 언제부터인가 잦은 가족동반 해외여행으로 씁쓸해 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연휴기간이 5일이나 되는 만큼 중국 동남아 등의 지역에 대한 선호도가 높기 때문이다. 여행업계에 따르면 9월에 해외여행 바람이 많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지만 반면 국내 경기가 나빠서 서민들이 고통스럽다는 소리가 끊이질 않고 있다.
 게다가 추석을 불과 며칠 앞두고 농축산물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체감물가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최근 추석 2주 전을 기준으로 농축산물 가격을 비교해 본 결과, 배추(300g) 가격은 지난해 같은 기간 335원보다 135.5% 오른 789원에 거래되고 있다. 시금치는 지난해보다 157.8%, 무는 44.4% 올랐다. 사육 마릿수 감소로 공급물량이 줄어든 한우와 과일 가격도 오르고 있다. 이처럼 추석 물가 오름세가 이어지면서 가뜩이나 경기불황으로 지갑이 얇아진 서민 가계에 주름살이 더 깊어지지 않을까 걱정이다.
 
 추석 대목을 앞두고 장바구니 물가가 오르는 것은 어느 정도 불가피한 측면이 없지 않다. 하지만 올해는 사상 유례없는 폭염으로 과일과 채소류 작황이 좋지 않은 데다 추석이 예년보다 2주가량 일러 성수품 수급에 차질을 빚고 있다.
 특히 이번 추석은 경기불황 탓도 있으나 김영란법 시행을 앞두고 어느 때보다 분위기가 썰렁하다. 관공서·공기업을 중심으로 선물받기를 꺼리면서 소비심리가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소비자들도 대형마트에 밀려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전통시장을 애용하는 성숙한 자세도 필요하다.
 전통시장을 이용하면 백화점·대형마트보다 값이 저렴할 뿐만 아니라 넉넉한 인심도 느낄 수 있고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되는 만큼 일석삼조라 할 만하다.
 아울러 FTA 파고에 폭염, 김영란법으로 삼중고를 겪고 있는 농축산 농가를 생각해 차례 용품과 선물은 가급적 지역의 농특산물을 애용해 다 같이 훈훈한 추석이 됐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