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산업에 대한 구조조정이 진행되면서 지역사회의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물론 구조조정은 사업체의 정상화를 위한 것이다. 이는 노동자와 경영진, 금융기관들까지 모든 주체들의 고통분담이 전제돼야 가능하다. 손발이 착착 맞아 돌아가도 어려운 형국인데 불구하고 각자 자기주장만 내세우고 있어 빠른 시일 내에 타결되기는 어렵게 보인다. 
 대화와 타협이 이루어지지 않고 곳곳에서 난제들만 튀어나올 뿐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와 노동자간 대립구조 또한 점점 심화되고 있다. 지난 13일 조선산업 노동자 일방적 구조조정 중단과 조선산업 정상화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궐기대회가 열린데 이어 조선업 노조가 결국 '총파업' 카드를 빼들었다. 조선업계 공동노조는 민주노총과 더불어 오는 20일 3만 명 가량이 참여하는 대규모 총파업에 나서기로 했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한 술 더 떠 호황일 때도 무리라고 할 정도의 요구를 최악의 경영 상황을 맞은 지금 들고 나오고 있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기본급 5% 인상은 물론이고 성과급을 지난해 2배 수준인 250%로 올려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조선업체 경영은 더욱 어렵게 된다는 것은 명약관화한 사실이다. 은행들이 움츠러들어 금융지원을 꺼리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선수금환급보증(RG)의 기피현상마저 나타나고 있다.
 RG는 조선사가 선박을 제 때 건조하지 못하거나 중도에 파산할 경우 선주에게서 받은 선수금을 금융회사가 대신 돌려주겠다는 보증서다. 은행들이 이런 보증서를 선뜻 써주질 않는 것이다. 수수료 좀 벌려다 수십배의 부실을 떠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어려운 와중에 신규수주에 성공해도 보증서를 받지 못해 계약이 차일피일 미뤄지는 사례가 줄을 잇는다. 중소 조선사인 성동조선은 그리스 선사로부터 정유 운반선 4척을 수주했지만 두 달이 다되도록 RG 발급 보증을 받지 못하고 있다.
 영업맨들이 해외 선주가 아닌 국내 은행으로 출장가야 한다는 소리가 나올 정도로 심각하다.
 이런 가운데 정부의 지원책도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지정된 지 2주가 지났지만 실업급여 등 지원실적은 사실상 전무한 실정이다. 고용보험 피자격이 확인돼야 실업급여를 지원받을 수 있는데 고용보험 미가입 사업주의 자진신고는 거의 없다.

 밀린 보험료 부담도 한몫을 하고 있다. 하청업체 성격인 물량팀 노동자들은 몇 달 실업급여 받기보다 일용직으로 일하는 게 더 도움이 된다는 생각에 아예 신고 자체를 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직원을 해고하지 않고 휴업할 경우 휴업수당의 상당부분을 정부가 지원하는 고용유지지원금도 아직은 명목뿐이다.
 시작은 됐는데 한 걸음도 전전하지 못하는 게 현재의 조선산업 구조조정 실태인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여기에다 얼마 전 임금 체불에 항의했다가 입사가 거부된 조선업 하청 노동자의 죽음은 많은 것을 부여하고 있다. 
 특히 대우조선해양 하청업체에서 일했던 그의 죽음에는 블랙리스트 의혹이 얽혀 있다고 한다. 고용 위기에 내몰린 조선업 하청 노동자의 불안을 덜기 위해서라도 철저히 진상을 규명해 마땅하다. 그의 죽음으로 조선업 하청업체 노동자들의 현실에 더 큰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 또한 분명해졌다.
 대대적 감원 조치로 하청 노동자가 누구보다 큰 어려움에 처해 있고, 계속 일할 수 있을지에 대한 불안 때문에 임금 체불 등 불이익을 겪고도 속앓이만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문제는 지난달 말 발표된 정부의 조선업 지원 대책도 하청 노동자에게 피해가 몰리지 않도록 정교하게 다듬어야 한다. 이처럼 임금을 달라고 했다가 보복을 당할 것이라고 여긴다면 부당 대우에 맞서기가 쉽지 않다. 정부와 관련업계 모두 구조조정의 고통이 온전히 하청 노동자에게 집중되지 않도록 더욱 만전을 기해야 함은 당연하다.
 우리 모두 원만하게 노사 간 구조조정이 하루빨리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